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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일기

2021 수능 후기

by 이그리글 2021. 11. 27.
수능이 끝난 지 어느새 일주일이 흘렀다.

아무래도 2021 연말은 쏜살같이 흐를 예정인가 보다.

별로 뭘 한 것 같지도 않은데 시간은 매정하게도 벌써 11월의 끝을 가리킨다.

더 기억에서 흐릿해지기 전에 2021 수능을 복기해보려 한다.

 

취침 : 10시에 누워서 11시 취침

확실히 전날이라 그런지 잠이 안 왔다.

원래도 만족할 만큼의 숙면을 취한 적이 없었으니 평소와 같은 램수면이었다.

 

기상 : 6시 

6시에 일어나서 누룽지 끓인 것 먹고...

시험장에서 볼 책들 챙기고

유튜브에서 새천년체조를 틀어 따라 했다.

딱히 심신 수양에 도움이 되진 않았다.

책들.. 왠지 다 필요할 것 같아 꽤 많이 챙겼는데 대부분 필요 없었다.

비문학 풀 것 + 문법, 생명, 한국사 노트

이 정도면 충분할 것 같다.

자습

시험장은 언덕이 높은 고등학교였다.

굉장히 가팔라서 도시락과 물품들을 챙겨 올라가기 버거웠다.

엄마가 같이 교문까지 가주었다.

7시 40분경에 교실에 도착했는데 학생들 4분의 1 정도가 있었다.

처음에 자리를 잘못 앉았다가 수험표를 보고 제대로 찾아 앉았다.

시험장은 히터가 따뜻했다.

약 30분 동안 가져간 블랙라벨 독서 한 지문 풀고,

문법 책에서 개념들 훑고.

8시 20분 이후부터는 가방을 앞으로 제출해서 자습할 시간이 없었다.

그저 멍 때리는 것뿐...

히터가 너무 따뜻해서 줄여달라 요청하기도 했다.

돌이켜봐도 시험장의 온도가 조금 아쉽긴 하지만...

최적의 조건에서 볼 수는 없는 거니까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난 손목시계를 그냥 차고 볼 생각이었는데,

주변 학생들이 시계를 책상 한 편에 고정해 놓는 모습을 보고

괜찮다 싶어 따라 했다.

확실히 제2 외국어를 보는 고사장이라 그런지

다들 대비가 철저했다.

제 1교시 : 국어 (언어와 매체)

 

1교시라 잡생각도 많이 나고 떨렸다.

언어 > 매체 > 공통 순서대로 내 평소 루틴을 따랐다.

 근데 언어 1번부터 막히고 답에 확신을 잃었다.

대충 넘기고 주르륵 매체까지 풀었다.

공통 문항 1번은 예상대로 독서 방법에 관한 지문이었다.

이런 유형의 지문이 까다롭게 느껴졌던 적도 있는데 다행히 무난했다.

그 후 연이어 있었던 비문학은

변증법 > 경제 > cctv 였다.

변증법 지문 다시 보니까 8번 문제 되게 어렵네..

감으로 찍어서 맞추긴 했다.

5번도 답을 못 찾아서 꽤 시간을 썼는데 나머지 선지들을 지워가며 골랐다.

경제 지문도 13번 보기 문제 너무 어렵고..

솔직히 다시 풀어도 못 맞출 것 같다.

과학 기술 지문에서는 15번, 16번 다 무너졌는데

풀 때는 내가 맞게 푼 줄 알았기 때문에 별로 타격은 없었다.

문학은 개인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일단 지문이 너무 길어서 부담감도 컸다.

22, 29, 33

22번은 나도 답에 확신이 없어서 나름 고민을 많이 거쳤는데..

왜 정답인지 해설은 보기 싫으니까 넘기겠다.

29번은 다시 보니 정답이 명확한데 현장에서는 틀린 것 같다.

그저 내가 기억을 잘못 해온 것이기를 바랄 뿐이다.

33번의 답은 5번이라는데 예찬하는 어조가 아니었구나..

그랬구나..

시간 압박은 꾸준히 느꼈지만

omr 체킹하니 5분 정도 남았다.

지금 생각하면 한 번씩 다 풀고 omr 체킹을 한 후

남는 시간에 차라리 비문학이나 문학을 붙잡고 있었을 것을

언어 1번 문제를 놓지 못한 게 후회된다.

그 문제는 결국 틀렸기 때문에..

매체에 쉬운 문제였던 44번도 틀려서 아쉽다.

아무래도 시험 초반에 빨리 공통으로 넘어가야 한다는 압박이 크게 작용한 것 같다.

평소 모의고사를 풀어볼 때도 검토 제대로 안 하는 습관이 발목을 잡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가채점 결과 82점을 받았는데

수험표를 책상 아래에 두고 시험을 봐서 정답을 못 써왔기 때문에

혹시 내 기억에 오류가 있는 건 아닌가 의문이 든다.

 

제 2교시 : 수학 (미적분)

 

수학은 은근 긴장이 안 됐다.

잘 찍으면 2등급이 나올지 모른다는 행복회로를 돌리고 있어서였나.

내 목표는 풀 수 있는 걸 확실하게 풀자! 였기 때문에

크게 시간 압박을 받지 않았다.

계산력이 좋은 편이 아니라 공통에서 시간을 많이 썼다.

용케 맞춘 게 대견하다.

14번 ㄱㄴㄷ문제는 바로 5번으로 찍었다.

15번도 너무 무섭게 생겨서 넘어갔다.

주관식 19번까지는 무난했고,

20번 조금 건들다가 미적분으로 넘어갔다.

내 목표는 27번까지는 다 맞기였기 때문에

쉽게 생긴 27번에서 막혀서 매우 힘들었다.

되게 시간을 오래 썼는데 결국 못 풀었다.

도형이 29번에 갔길래 한 번 풀어보려고 했는데 실패했다.

그래서 미적분을 버리고 공통 20번에 돌아갔다.

다행히 20번은 풀렸다.

21번도 대입하니 나와서 매우 횡재라고 생각했다.

666.. 근데 답은 676이었다.

미적분에서 슬펐던 마음이 공통으로 꽤 치유되어서 힘을 찾았다.

그리고 틀린 건 없는지 오답한 후 omr을 마킹했다.

가채점 결과 73점을 받았는데 약간 아쉬움이 들긴 한다.

14, 15번 찍은 게 하나만 맞았더라면.. 하는 아쉬움...

하지만 28번을 찍맞했다는 걸로 충분히 만족해야 한다는 걸 안다.

그래도 수학이 60점대는 안 나와서 다행이긴 한데

내가 수학을 잘하게 될 날이 올까..

그런 씁쓸함도 들었다.

 

점심시간

점심시간에는 골판지 같은 나무판을 올려두고 밥을 먹었다.

은근히 배가 안 고팠다.

그래서 밥 절반 정도 먹고 남겼다.

후식으로 과일도 싸왔는데, 귤 몇 조각 먹었다.

화장실에는 양치질하는 학생들로 가득했다.

양치도구는 미처 생각 못했는데 아쉬운 부분이었다.

사람이 정말 많아 1층으로 내려가 볼일을 봤다.

같은 층 화장실에서 똥도 봐서 기분이 구려졌다.

딱히 화장실의 시설이 좋은 학교는 아니었다.

 

영어시간

영어 때 졸릴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말똥 했다.

사실 시험장 자체가 그렇게 긴장감을 주는 분위기는 아니라.

편안했다.

듣기 시작 전에 문제지를 접는 학생들이 많았는데 기발했다.

나도 따라서 접어보았는데 연습을 안 해봤다 보니 적용이 어려웠다.

그래서 그냥 넘기면서 풀었다.

듣기는 쉬웠는데, 독해가 어려웠고.

채점해보니 5개가 틀려서 88점이었다.

다시 보니 맞출 만한 문제들이 있어서 아쉬웠다.

다음에는 별표를 친 문제는 꼭 검토를 하자.

 

한국사 시간

재밌었다.

남는 시간에는 잠을 잤다.

약간의 불안감이 있었는데

다행히 어렵지 않게 나와서 1등급을 받았다.

 

탐구 1교시 : 화학 1

내 목표가 개념 파트에서 실수하지 말자 였는데, 그건 지켰다.

중간중간에 나름 위기도 있었는데

어찌 저찌 풀어냈다.

다만 17 18 19 20

뒷 문제들을 싹 다 틀려서 마음이 아프다.

17 18은 나름대로 답을 내서 고른 건데 틀렸다.

그냥 쭉 한 번호로 밀었다면 이것보단 잘 봤을 텐데..

어쨌든 39점을 받았고,

현재 각 사이트별로 3등급 컷이 상이하기 때문에 심장이 뛴다.

4등급이어도 할 말은 없지만 그래도 슬프다.

 

탐구 2교시 : 생명 1

사실 생명과학을 풀면서 아까 화학 때 검토한 문제가 계속 생각나서 힘들었다.

그래도 다행히 개념에서 흔들리는 문제는 없었다.

킬러 중 7번을 처음으로 손댔다가 안 풀려서 당황했다.

그래서 자신 있는 근육의 수축 문제를 풀고,

자극의 전달을 이어서 풀었다.

사실 자극의 전달은 자신이 없는 부분이었기에

약간 긴장을 했는데 잘 가정해서 맞출 수 있었다.

어렵게 생긴 16, 17은 넘기고 19 가계도를 풀었는데 잘 풀렸다.

그리고 아까 넘겼던 (틀리면 안 될 것 같은)

7번으로 돌아가 여러 번 시행착오를 반복해 풀 수 있었다.

16, 17도 명쾌하게 풀진 못했지만

나름 논리적으로 답을 골랐다고 생각했는데 둘 다 틀렸다.

어쨌든 45를 받아서 1 컷 안에 들 수 있었다.

 

집 가는 길 

제 2 외국어가 시작하기 전 시험 포기 각서를 쓰려 손을 들었다.

반의 3분의 2 이상이 포기했다.

포기각서를 쓰는 곳은 조그만 교무실이었는데,

대기 줄이 어마어마했다.

또 그 각서를 제출하고 현관에 내려가 기다리는 과정도 매우 길었다.

바글바글한 인원 사이에서 수능이 끝났다는 해방감은 사라지고

짜증, 귀찮음만 가득해졌다.

이렇게 많은 인원이 포기할지 몰랐다는데 왜 나도 알 수 있는 걸 얘네가 몰랐던 걸까 싶었다.

막판에 신분증을 잃어버릴 뻔했는데

한 학생이 떨어트렸다며 알려줘서 다행이었다.

학교 언덕을 내려가며 그래도 기록이라도 해보려 풍경 사진을 찍었다.

교문 밖에서 기다리는 학부모님들은 그렇게 감동적인 분위기는 아니었다.

나가니 엄마가 갑자기 안아주려 했는데,

이미 긴 기다림에 짜증이 가득했던 나는 피했다.

나도 어느 정도 감동을 기대했는데 전혀 그럴 기분이 아니었다.

그래도 빨리 나간 편이라 차가 안 막혀서 좋았다.

가는 길에 언니에게 영상통화가 걸려와서 잘 봤냐고 여러 번 물어왔는데

아직 채점도 안 해본 걸 어떻게 알겠나 싶어 더 신경질이 났다.

저녁에 가채점을 하고 영어에 마음이 아팠다가.. 그러려니 했다가 그랬다.

난 수시 최저러 같은 기분으로 보고 왔기 때문에 덜했지만,

정시러들은 정말 부담감이 대단했을 것 같다.

이제야 수시가 짱이라는 선배들의 말에 공감이 갔다.

단 하루만으로 결정지어지는 수능은 너무 변수가 많고 리스크가 크다.

게다가 수험 기간이 길어질수록 체력은 떨어지고 몸은 안 좋아지기 때문에..

파릇파릇했던 그 신체가 나도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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